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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O/자기관리

독서/ '나를 보내지 마' 서평

by 욜로파이어 2021. 12. 1.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김남주 옮김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책에 대한 정보라고는 작가밖에 몰랐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을 나름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을 집어들고 읽었다.

읽으면서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어느 한 간병사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소설, 성장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읽다가 마담과 마주친 후 아이들이 충격을 받은 장면을 읽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어 메모해두었다.


<여기를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에대한 생각을 아이러니하게도 하게됐다. 그것도 책 내용하고는 관계없는.

이 파트의 앞부분까지 읽으면서 머릿속 한켠에는 이 아이들이 지내는 곳이 이상한 곳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부모님 얘기도 없고 다 같이 지내고, '기증'이니 뭐니 그런 말이 나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만 하고 그냥 무시하고 넘겼다. 이러한 직접적인 장면이 나오기까지.

내가 그렇게 넘긴건, 괜히 먼저 의심하고 물어늘어지면 책의 재미나 반전이 반감될까봐. 예를들어 누군가가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는데 어렴풋이 눈치를 챘지만 애써 모르는척하고 스스로도 속이는 꼴이랄까?

그리고 결국 책에서 설명해주겠지, 무언가 얘기가 직접적으로 나오겠지라는 나도 모르는 믿음이 바탕에 있는 것 같다.

근데 여기서 내가 느낀 문제점은 너무 순응적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설명해주겠지, 지금 얘기안하는건 그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냥 있으면 알게되겠지 등..
정말 그랬었나?
이러한 사고가 좋을때도 있지만 나의 창의성이나 비판력을 감소시키고 막는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점이 생기면 해결할 생각을 해야는데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태도.
사실 문제점이라고 느꼈다고 적고있지만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아직도 나는 잘 모르나보다.
그래도 나를 조금은 더 알게되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정말 주저리주저리지만 내가 이런식으로 느낀게 완전 뜬금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얼핏 성장 소설로 읽히는 캐시의 이야기 속에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몇 개의 단어들이 등장해, 혹시 몇 줄을 빠뜨리고 읽은 게 아닐까 하고 행간을 뒤져 보게 만든다. 자신이 그곳에서 얼마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다부지고 성격 강한 루스와 어떻게 사귀고 어떻게 다투고 화해했는지, 평생의 사랑인 토미와 어떻게 엇갈리고 만났는지를 과거와 현재, 그곳과 여기를 오가면서 풀어놓는 캐시의 이야기에서 '간병사', '기증', '완결'에 이어 '근원자', '클론', '일반인', '장기' 같은 생경한 단어들을 설명 없이만나게 되는 것이다. 독자의 이 '들었으되 듣지 못한' 느낌이 캐시와 토미와 루스가 그들의 성장기 동안 줄곧 사로잡혀 있던 의혹과 연동하면서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캐시의
이야기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중략>


이걸 읽고나서 아! 내가 쌩뚱맞은 생각을 갑자기 한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과 그래도 책의 내용을, 책에 잘 빠져서 읽고있었구나 라며 한편으로는 좋기도했다.

이런 부분들 외에도 루스와 토미와의 관계에서 답답함과 이해, 분노가 인간적으로 많이 느껴졌다.
이렇게 인간적으로 다투고 사랑하고 지내는데 영혼이 없다니? 말이 안된다.

하지만 이게 진짜 현실적인 문제로 닥쳤을때, 나는 마담보다도 못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저 모른척 지나가고 말 가능성이 충분히 많다. 지금 현실세계에서의 문제도 많이 그러하듯이..
다음 부분에서 나는 그 둘 모두의 입장보다도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을 읽음으로써 시선에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말은 썩 유쾌하지는 않은 방향이었지만..그게 이 소설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인공인 캐시가 자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잘 마무리 짓는 모습, 순응하는 모습에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결국 클론의 인권에 관한 문제는 해결된게 없고 그냥 캐시와 토미가 순응하게 된 것 뿐인데 그것에 위안을 느끼는 내 모습이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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